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/양안다
그때 덤프트럭에 치인 게 내가 아니라 왜 고양이였을까
그는 그저 죽은 고양이 옆에 동전 몇 개를 두고 왔을 뿐이고
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생각하는 동안 그는 왜 세 갈래가 아니냐며 억울해했다
가끔은 그런 걸 고민할 때가 있다 그의 왼편과 오른편 중 어디에 서서 걸어야 할지
그에게 물어봤다면 그게 고민할 만한 거냐고 되물었겠지만
식당에 가면 어디에 앉을지 망설였다 그래서 내가 앉은 곳은 항상 그의 건너편이었다
참지 못할 때마다 나를 벗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때 그는 세상엔 용서 가능한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는데
쥐인지 참새인지 모를 납작한 사체를 향해 나이만큼 침을 뱉던 날도 있었다 어제였거나 유년이었거나 십 년 뒤의 일이었고
다른 나라에서 어떤 맹인이 귀를 잘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맹인은 칼 대신 동전을 쥐고 있었을까
같이 죽어 버리자고 만났으면서 왜 이런 얘기나 하고 있는 걸까 둘 말고 아무도 없는 방이었고 밤이었는데
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
옆을 더듬어 그를 찾았다 그러자 그가 존재하기 시작했다
비로소 서로가 존재하고 있었다